생명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 가이아이론

지성유인식 2018. 7. 4. 17:27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인류의 식생활을 돕기 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인해 야생 생물계가 파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극적일 만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 <침묵의 봄>은 환경 관련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17년 후인 1979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Gaia)를 출간한다. 제목 자체가 주는 의미를 단순히 생각하면 신화 관련 서적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이아가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이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대지'에 방점을 찍는다면, 그 여신을 게(Ge)라고도 불렀고 또 그 단어가 지리학(Geography)이나 지질학(Geology)이란 학문의 명칭에 남아 전해지고 있음을 상기할 일이다. 그 같은 연원으로 지은이 러브록은 살아있는 지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책 제목을 '가이아'로 채택한 것이다. (제목은 러브록의 친구인 윌리엄 골딩(<파리대왕>으로 1983년 노벨 문학상 수상한 이)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럼, 러브록이 말하는 가이아란 무엇인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토양, 대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는 생물체로 바라보면서 지구가 생물에 의해 조절되는 하나의 유기체임을 강조한다. 이 이론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오늘날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는 항상성(homeostasis)을 가지고 있다. 즉 생물에는 자신의 신체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잘 조화된 여러 생리적 작용들이 너무나도 복잡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지구도 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유기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가이아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을 위하여 스스로 적당한 물리 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나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총합체(complex entity)라는 가설을 내놓는다. 물론, 해당 분야 주류 과학자들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여러 과학 분야가 함께 담겨 있는 가설이니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반대가 잇달았으나 그는 나름대로 하나하나 자신의 가설을 논리적으로 검증해간다.

먼저 그는 지구 기후의 역사를 통해 검증한다. 지구 역사 가운데 지난 35억 년간 태양의 복사열은 30%이상 더 강렬해졌다. 다시 말해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도 태양열이 30%나 약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지구의 기온이 빙점 이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생명의 최초 탄생에서부터 15억 년 동안 지구는 완전히 얼어붙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화석 기록을 통해 그리고 현재까지 생물이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해왔다는 그 사실에서 그처럼 혹독한 기후 조건이 결코 존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명체는 어떤 방식으로 자기조절 능력을 지녀왔는가라는 문제가 마치 자동온도 조절계가 있었던 것처럼 설명된다.


또 하나. 대기 중에서 산소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볼 때 능동적 조절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산소량은 지금부터 약 6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21% 정도로 유지돼왔다.

그러면 최초의 지구는 어떤 상태였을까? 46억 년 전에 탄생한 지구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대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지구가 식기 시작하면서 수증기는 물이 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주성분이 된다. 여기서 주성분인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변화된 것이 생물의 작용이었음을 강조한다. 육상 식물이나 바다의 조류들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했으며, 바다의 많은 동물들도 석회석 껍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오늘날 육상식물이 살기에 적합한 21%의 산소 농도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이론이다.


러브록은 어떤 참혹한 핵전쟁이라고 해도 그런 '가이아'를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차라리 열대 우림을 손상시키는 일이 가이아에게 더 끔찍한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환경낙관주의자나 회의적 환경론자와 같은 입장에도 서있음을 볼 수 있으나, 전체적 맥락에서는 환경보호의 관점이 저류로 흐르고 있다. 이로써 이 책은 <침묵의 봄>과 함께 생태와 환경 분야에서 고전의 반열에 오르며 이후 많은 환경 관련 서적들이 자주 인용하는 책자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원제 Gaia : a new look at life on earth


리뷰 : 이환님( http://blog.naver.com/eehwan)  - 네이버 도서 "가이아"의 "오늘의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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