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의 첫 부분에서 말했다. “비록 덕이 있더라도 위엄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 없고, 비록 뜻이 있더라도 밝지 못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雖有德不威不能焉, 雖有志不明不能焉.)” 고을 수령이 무능하면 그 해독이 그 고을의 백성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에, 고을 수령이 제대로 하길 다산은 간절히 바랐다.
다산이 말한 위엄과 밝음은 각각 통솔력과 직무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이 필요한 것은 지금의 선거직 고위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관료들을 이끌지 못하고 관료 탓만 한다면 그게 누구 책임인가. 이끌어서 함께 일해야 할 관료들과 다투기만 하고 만다면 답답할 노릇이다. 또한 의지는 높지만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학적 관료였던 이원익(1547∼1634)은 수령 경험을 통해 지방 수취체제의 실정에 밝았다. 그것이 대동법 개혁을 시작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지방 수령으로 가는 손자에게 준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천하의 실정을 잘 안 연후에 천하의 일을 이룰 수 있다(通天下之情 然後能成天下之務)”, “일에 임해서 격노하는 것을 경계하고, 일의 실정을 천천히 살펴라(臨事戒暴怒 徐究事情)”, “고을에 일이 있을 때, 널리 경륜 있는 관리와 연로한 민인 등에 물어서 인정(人情)에 합치하도록 힘써야 하며, 자신만 옳다고 거만하게 굴어 인심이 떠나게 하지 마라(邑中有事 宜博詢于老成品官耆舊民人 務合於人情 不可傲物自是 使人心畔渙)”
뜻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떠들썩하게 분란만 일으킨다면 일을 이루기 곤란하다. 뜻만 높고 일을 모르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당초 뜻마저도 무색하게 될 것이다. 진정코 뜻을 이루려면, 다른 사람을 설득도 해야 하고, 진척상황을 보아가며 수정도 해야한다. 선한 동기로 했던 것도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행정하는 사람이 당초의 뜻만 강조해서는 책임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무릇 뜻이 중요하다. 좋은 뜻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뜻만으로는 부족하다.
< 글쓴이 :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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