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가 이틀째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세계 주요 주식시장은 전일에 이어 21일(이하 현지시간)에도 파랗게 물들었다.
글로벌 증시 급락과 주요 국가 국채금리가 급등(채권값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소나기가 될 전망이다.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핫머니(투기성 단기 자금)' exodus(대탈출)가 본격화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7일 이후 한국증시에서 5조원 가까운 매물을 쏟아냈다. 그 사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8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달 들어서만 105조원이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27.66포인트(1.49%) 하락한 1822.83에 장을 마쳤다. 한국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 200)는 18.57로 전날보다 1.20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가 경제회복을 의미하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국가별로 차별화 양상을 보이면서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BS투자증권 임정석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식시장 조정은 경기지표보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으로 해석된다"면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9조2000억원 규모였는데 이날까지 5조원가량 매도한 것으로 보여 다음주 중 진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B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글로벌 펀드 내 한국 투자 비중은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면서 "출구전략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주가의 바닥을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중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화가치도 이틀째 급락(환율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는 전날보다 9.0원 오른 1154.7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 27일(1156.2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14.9원이나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24원이나 급등했다.
이에 앞서 미국 뉴욕증시도 20일(현지시간) 2% 넘게 폭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353.87포인트(2.34%) 급락한 1만4758.32로 마감해 1만5000선이 무너졌다. 스텐더등앤드푸어스(S &P)500 지수는 40.74포인트(2.50%) 폭락한 1588.19를 기록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 시장전략가 퀸시 크로스비는 지난 5월 버냉키 의장이 QE 축소를 시사했지만 시장이 당시 조정을 받지 않았던 것이 이번 폭락 배경이라고 말했다.
유럽증시도 폭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FTSE 유로퍼스트300 지수는 3% 가까이 폭락했다. 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근월물은 배럴당 전일비 3.97달러(3.74%) 폭락한 102.1달러에 마감했고, 뉴욕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이 2.84달러 급락한 95.40달러로 밀렸다. WTI는 하루 낙폭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금 가격 역시 급락세를 타며 6% 넘게 폭락했다. 금 현물은 5% 급락한 31.1g(온스)당 1280달러로 2010년 10월 4일 기록했던 1281.4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함께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경호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버냉키 쇼크'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과 거시건전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벤 버냉키 FRB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 계획을 언급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긴급 소집된 것이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김문호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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