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위해
책의 질문은 계속된다. 이른바 'OO녀', 또는 '김여사'라는 말로 여성들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문화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하고, 통칭 '지방대'로 불리는 수도권 밖 대학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보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나이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 이끌고 있는 한류 열풍을 보면서 혹시 불편한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는지, 또 외국과 달리 한국의 거리에서는 장애인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 의문을 가져본 적 없는지도 묻는다. 모두가 우리의 '선택'을 결정짓는 질문들이다.
저자가 답을 이끌어내는 논리는 탄탄하다. 단순히 도덕을 잣대로 우리를 꾸짖거나 타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의 '걸그룹'들은 무대 위에서 스텝을 밟는 대신 섬유먼지 날리는 평화시장에서 재봉틀을 밟았다. 걸그룹은 날씬한 몸을 보여주기 위해 저열량 식단을 강요받지만, 직공은 생산효율을 위해 '저수분 식단'을 강요받았다. 국이나 물 등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낭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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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 | |
ⓒ SM엔터테인먼트 |
한류 열풍을 이끄는 아이돌 가수들에게서 한때 산업역군으로 칭송받던 평화시장 여공들을 떠올린 저자의 통찰은 매섭다. 나아가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두 젊은이들의 희생과 착취에 공모하게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부둥켜안고 함께 열광한다"는 대목은 뼈아프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모른 척했던 그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를 망가뜨려 왔다'고, "'우리의 꿈' 대신 '내 꿈'만을 좇은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바꿀 힘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은 다른 이의 미소와 안녕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그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우리' 속에서만 '나'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책은 이렇게 맺고 있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오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어느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그닥 와닿지 않는다면 저자가 말한 '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글귀를 새겨보는 건 어떨까.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당신'에게 권한다.
강인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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