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우리 것 길어 올리기 |
김민환(고려대 명예교수) 6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하나같이 할리우드 키드였다. 입으로는 늘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쏟아내면서도 영화라면 무조건 할리우드 것을 보았다. 우리 영화는 촌스럽고 시시해서 아예 외면하고 살았다.
우리 영화는 시시하다고 외면했었는데 90년대 들어 임 감독은 집요하게 <우리 것>에 집착했다. <서편제>가 그 대표적인 예다. 판소리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소멸해가고 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우리 것에 대한 무관심을 통렬하게 꾸짖었다.
우리 것이 세계화의 출발점이며 요체 임 감독이 그의 표현대로라면 백 편의 연습을 거쳐 첫 작품으로 내놓은 <달빛 길어 올리기> 역시 그의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의 산물이다. 동양 종이가 있지만 중국 종이와 일본 종이 및 한국 종이는 그 특질이 서로 다르다. 일본 종이는 일본 종이다움으로 발전하여 오늘날 세계적으로 한지를 대표하고 있다. 그들이 만든 한지는 명품종이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은 중국 종이를 중국 종이답게 재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가장 우수한 우리 종이는 우리나라에서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여 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세계적인 상품을 꽤 만들어내면서도 정작 우리 것은 외면하는 풍토 탓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 것을 우리 것 답게 되살려야 한다. 이런 명제를 임 감독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달빛 길어 올리기>에서 설득력 있게 개진한다.
달빛 길어 올리기(임권택 감독 101번째 작품) - 물속의 달빛을 취해 만든 ‘한지’ 종이 위에 인생을 펼치다.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3년 전 아내 효경(예지원)이 자기 때문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아들을 큰 집에 맡겨놓고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들며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
퇴직 전에 5급 사무관이라도 돼보려던 그는 새로 부임한 상사가 한지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걸 알고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다.
한편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한지에 관한 다큐를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은 우연히 필용과 부딪히며 티격 댄다.
그러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필용의 계획을 알게 되고 여기에 동참한다.
하지만 필용은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은 온데 없이 집념인지 집착인지 이 일에 매달리고 지원과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까지 흘러 아내 효경이 남편의 변화를 눈치챈다. 게다가 한지 복원화사업이 무산위기까지 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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