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스크랩] 잘 가라. 그대 (도종환)

나는 새 2008. 1. 17. 05:43

잘 가라. 그대 (도종환)





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가라

 

 

잘 . 가 . 라 .

 

 

 

*************************************

 

지언 생각 - 그는 누구와 작별을 고하고 있는지...

이 찬란히 빛나는 겨울에..

눈빛이 찬란히 부서지는 한겨울에...

얼음 둥둥 그대를 보내며

그 시린 마음은 어디에 씻었을까.

어떤 이별도 용서가 되지 않는 겨울의 한가운데..

그래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보내야 하리라.

아름다운 정신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허접한 일상들 모조리 정리해야 하리라.

 

이승에서는 좁혀질 수 없는 거리...

그런 닿을 수 없는 거리란 것도 있는 것이다.

 

 

 

 

출처 : 시인의 집
글쓴이 : 지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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