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하소연을 들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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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를 읽어가다 보면 어떤 대목에서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귀신이나 알아차릴 이야기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대목에서 다산은 반드시 설명을 더하여 귀신의 이야기가 아님까지 부언해주고 있습니다.
목민관, 지금으로 보면 시장이나 군수의 직책이지만 그 권위나 임무는 지금의 시장·군수와는 판연하게 달랐습니다. 지방 장관이었던 목민관은 당시에 그 지방을 책임지는 총 책임자로서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모두 지닌 작은 제후와 같은 벼슬아치였습니다. 입법이나 행정도 중요하지만 송사(訟事)를 해결하는 재판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목민심서』‘형전(刑典)’에서 참으로 친절하고 자상하게 공정한 재판을 위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욕심을 비운 밝은 마음으로 사물을 살펴보고 어진 마음이 미물인 새 짐승에게까지 미친다면 남다르다는 소문이 끝내 퍼져서 훌륭하다는 명성이 멀리 전해진다. (虛明照物 仁及微禽 異聞遂播 華聲以達)<聽訟上>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문장으로 설명했으나 이해하기는 쉬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야만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떤 목민관이 애처롭게 우는 까치의 울음소리를 듣고 새끼를 빼앗겨 울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아랫사람을 시켜 살펴보니 과연 사실이어서 새끼를 되돌려주게 했다는 것과, 황새의 애달픈 모습에서 새끼 빼앗김을 감지하여 새끼를 찾게 했다는 옛 일을 상기시키며, 그런 새나 짐승의 억울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관찰력을 지녀야만 올바른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던 것입니다.
욕심을 비운 밝은 마음으로 자세히 살피고 관찰하는 능력을 지녀야만 새들의 억울함도 풀어줄 수 있듯이, 조그마한 범죄도 그 실체적 진실을 알아낼 수 있어야만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 꽃다운 명성을 얻게 되고, 그런 소문이 멀리멀리 퍼져야 죄짓는 사람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법살인(司法殺人)이 문제되고, 억울했던 재판의 껍질들이 벗겨지고 있는 요즘, 재판을 책임지는 분들은 다산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연구소 박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