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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江仙

지성유인식 2018. 11. 1. 10:20

臨江仙

滾滾長江東逝水   곤곤장강동서수    도도한 장강 물결이 동쪽으로 흘러가듯이
浪花淘盡英雄       낭화도진영웅      천하의 영웅들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네
是非成敗轉頭空   시비성패전두공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는 모두 허무한 것
靑山依舊在           청산의구재        청산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幾度夕陽紅           기도석양홍        석양은 몇번이나 붉게 물들었던고
白髮漁樵江渚上   백발어초강저상    백발의 어부와 나뭇꾼은 강위의 작은 섬에서
慣看秋月春風       관간추월춘풍      가을 달과 봄바람을 즐긴다네
一壺濁酒喜相逢   일호탁주희상봉     한 병의 탁주를 가지고 기쁘게 서로 만나
古今多少事           고금다소사         고금의 갖가지 일들을
都付笑談中           도부소담중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흘려보내네
 
이 시를 '詩로 읽는 삼국지 (유현민, 예문당)' 에서 변역한 것이 가장 의미 전달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큰 강은 도도히 동쪽으로 흐르는데
숱한 영웅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네
돌아보면 시비와 성패 허무하기 짝이 없네
청산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물들었던가!
낚싯대 드리운 강가의 백발 노인네들은
가을 달과 봄바람을 매번 보았겠구나
서로 만나 반가워 탁주 한 병을 놓고
고금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웃음 속에 부셔버리네)

이 시는 삼국지의 서시로 등장한다. 원래 명나라 양신이 임강선(臨江仙)이라는 제목으로 쓴 사(詞)인데 청나라 문인 모륜(毛綸), 모종강(毛宗崗) 부자가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개작하면서 서시로 편입한 것이다. 흥망성쇠를 거듭한 역사 속의 수많은 사건과 영웅호걸들의 활약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 한낱 과거사가 되었을 따름이다. 남은 것은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산뿐이다. 반가운 친구와 술 한 단지를 놓고 흘러간 역사 속 영웅호걸의 일을 웃어넘기다 보면, 자연의 무궁함에 비해 인간사는 모두 부질없기만 하다. “세찬 장강은 동쪽으로 흐르며, 부서지는 물결로 영웅들을 모두다 씻어가 버렸다. 시비와 성패는 헛된 것이 되었고, 청산만이 예전처럼 남았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붉었던가. 낚시하는 백발노인은 강가에서, 가을 달과 봄바람을 일상으로 맞이한다. 탁주 한 단지로 재회를 즐기며, 고금의 수많은 일들, 모두 다 웃으며 나누는 이야깃거리로 넘긴다. 이 시는 10구로 되어 있는 이 시는 전반과 후반이 대칭으로 짜여 있다. 앞에서는 명멸해 간 영웅 군상, 시비와 성패를, 도도한 장강 물결과 순환하는 태양에 견주어 인간사의 무상감을 드러내었고, 뒤에서는 촌로들이 고금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으로 대서사의 막을 올리고 있다. 시 전체에 호방하면서도 은일을 즐기는 중국 문인 특유의 시정이 녹아 흐른다. 이 글을 읽으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들과 생과 사의 전쟁과 흥망의 나라들이 다 부질없어 보인다.


[출처] https://blog.naver.com/gerzang를 바탕으로 번역은 "제왕과 책사"(지은이 렁청진/옮긴이 박광희 2011.12.15 (주)다산북스 출간))의 머릿말 에서 가져옮(여기서는 청나라의 무명씨 작품으로 소개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