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속담에 “뒤로 오는 호랑이는 속여도 앞으로 오는 팔자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팔자는 독안에 들어가 숨어도 못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카프카란 사람은 죽음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려놓았는데 “죽음이란 날마다 밤이 오고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는 이치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하여 타고난 운명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인데 죽은 자식 고추를 부여잡고 통한의 눈물을 흘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애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가족이 죽을 "뻔" 했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여기서는 뻔이 참 중요하네요. 하하하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 집 대표 꼬라지인 충주 땜 녀석이 일곱 살 때 있었던 이야긴데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도 대부분 교회에서는 일부러 어깃장을 놓느냐고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 날 봄 소풍을 가는데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날 개울가로 야외 소풍을 나갔다. 강변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매우 거룩한 척 손벽을 처 대며 “예수 이름으로 예수 이름으로 승리를 얻었네. 예수 이름으로 예수 이름으로 승리를 얻었네. 예수 이름으로 나아갈 때 우리 앞에 누가 서리요……." 한참 찬송가를 부르며 무드를 띄우고 있는데 우리 집 꼬라지 충주 땜 녀석이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도 염병지랄에 알파 안달복달을 하는 바람에 예배를 보다 말고 이 녀석을 물에다 풍덩 잡아 처넣었다. 물에 빠져 뒈져라 이놈아 ㅋㅋㅋ 음력으로 사월초파일 쯤이면 이른 여름이 시작되는 게절이지만 물에 들어가 놀기에는 아직 이른 계절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못가서 이 녀석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응달포수 고추 떨듯 덜덜 떨더니 그 질로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머지 아이들은 우리가 예배를 보는 틈에 물가에 가 놀았다
찬송가를 몇 소절 더 부르고 나서 돌아가며 기도를 했다. 나도 심 봉사가 뺑덕어미 젓무덤 주무르듯 더듬거리며 기도를 했다.”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어쩌고저쩌고.. 우리 청장년회를 크게 부흥되게 하시고 이러쿵저러쿵.. 복을 주시려거든 있는 대로 내리쏟아 부어 주시옵고 담임 복사님도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도록 강건케 하시고 그리고 애 또 뭐시다냐. 우리목사님이 만나를 주실 때마다 골수가 쪼개지는 기쁨을 맛보게 하시고 주절주절.. 돌아가면서 기도를 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마누라 집사님들이 미리 준비해간 일용할 양식을 은박지에 퍼 담으며 부지런히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내가 수박 한덩이를 집어 들고 입에 처넣으려고 하는데 마누라가 나를 처다보며 하는 말이 “으이그 저 인간은 밖에 나와서도 껄떡거리네?.”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어떤 집사님이 대표로 식사 기도를 했다. “아버지 하나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의 죄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이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손길에 축복을 내려 주시고 아름다운 친교의 시간이 되시게 하시고.. 하모 하모……. 배에서는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났다. 네미, 식사 기도하다가 저녁 먹게 생겼네. 식사 기도가 대충 끝나갈 때 쯤 저 쪽 모퉁이를 돌아서 어떤 아이가 우리를 향해 헐래벌떡 뛰어 왔다.”집산님..큰일 났어요.“ 거시기가 물에 빠졌어요. 성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기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찾았다. 나도 겁이 덜컥 나서 우리 집 꼬라지 충주댐을 찾으니 다행히 이 녀석은 조금 떨어진 나무그늘 밑에서 그 어렵다는 '헤르만 헷세'가 지은 사랑의 시집 "흰구름 오는 곳"을 읽으며 처 놀고 자빠졌다. 애구 다행이네...
그런데 물에 빠진 아이가 어느 집사님 아들이래? 모두들 걱정이 되어 아이가 물에 빠졌다는 냇가로 달려갔지만 냇가에는 물에 빠졌다는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회장님의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걱정이 되어 물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물이 워낙 깊은데다 물길이 빨라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우리가 소풍 온 장소가 워낙 후미진 곳이라 아이가 물에 빠진지 2시간이 훨씬 지나서 구조대가 도착했다. 잠수부들이 시체라도 찾는다며 물 속에 들어가 수색을 했지만 오래도록 물에 빠진 아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한참 지난 후에 어떤 잠수부가 회장 아들을 품에 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아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이미 죽어 있었다. 잠수부의 말에 의하면 회장 아들이 포클레인으로 모래를 채취하고 난 깊은 웅덩이에 빠져 있더란다. 아이는 숨을 쉬며 들이마실 때 빨려들어 간 파란 이끼가 코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던지 손톱 끝이 다 벗겨져버렸다.
회장이 싸늘하게 죽은 자식을 품에 않고 대성통곡을 했다. ”하나님도 참 무심하시지.. 아니 그래 하고 많은 애들을 다 놔두고 왜 내 아이만 데려가십니까..." 오주여……. 오, 주여……. 네미……. 지금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우리 집 충주댐과 동갑나이다. 그 아이는 화장을 하여 교회를 짖는 성전부지 위에 뿌려졌다. 지금도 사월초파일만 돌아오면 그 때겪었던 일들이 어김없이 되살아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다. 우리 아이가 워낙 개구쟁이라 미리 물속에 잡아 처 넣지만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쯤은 영락 없이 물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을텐데 ..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의 첫번째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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