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미끼

나는 새 2010. 1. 25. 21:57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히 하지 않으리오. 한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난다.(貨賂之行 誰不秘密中夜所行朝已昌矣)
                                                            
(『목민심서』에서)


당나라 한산(寒山) 스님은 “산과일은 원숭이 너나 따먹고 / 연못의 물고기는 백로 너나 먹으렴”(山果獼猴摘, 池魚白鷺銜)이라고 노래했다. 자연의 것은 자연에게 돌려주라면서 인간들의 탐욕을 꾸짖은 시이다. 우리는 탐욕의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아야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다.

붕어가 낚시 바늘에 걸려 죽는 것은 미끼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다. 미끼에 초연한 붕어는 절대로 뜨거운 냄비에 올라타는 일이 없다. 미끼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이 세상에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위와 같이 말했다. 

한밤중에 뇌물을 비밀리에 주고받아도 아침이 되면 그 사실이 이미 천하에 들어난다고 했다. 뇌물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뇌물은 미끼이자 파멸의 종착역으로 가는 특급열차이다.

백수의 왕인 사자는 굶어죽을지언정 절대로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중국에 이런 속담이 있다. “신령스런 용은 맛있는 먹이를 탐내지 않고, 기품 있는 봉황은 새장이 예쁘다고 들어가지 않는다”(神龍不貪香餌, 彩鳳不入雕籠) 그렇다. 신령스런 용은 절대로 맛있는 먹이를 탐하지 않고, 기품 있는 봉황은 새장(감옥)이 아름답다고 제 발로 찾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용과 봉황의 흉내를 내며 거들먹거리며 고고한 체하면서 신문과 텔레비전에 자주 얼굴이 나오는 높은 사람들이, 어느 날 뒷구멍으로는 뇌물을 받아먹은 것이 들통이 나서 감옥으로 직행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처자식을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직장과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속에서도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미끼처럼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것은 없다. 미끼의 유혹을 초극해야 치욕을 면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다산의 가르침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글쓴이 / 김상홍
· 단국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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