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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현실

나는 새 2016. 1. 16. 10:24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내용의 보도 대응자료를 잇따라 내야 했다.

 

이 자료들을 내게 된 이유는 “서울 용산까지 연장이 예정된 신분당선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 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첫 보도가 나오자 국토부는 오후 3시쯤 첫 대응자료를 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보도가 계속되자 오후 8시가 다 됐을 때 “신분당선 연장 사업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자료를 다시 냈다. 유사한 보도 내용에 대해 상반된 대응자료가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관련 보도의 진원지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사진)실이다. 첫 보도 이후 김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 수도권 서북부지역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신분당선 연장 사업에 대해 국토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보도에 등장한 삼송 신도시가 위치한 경기 고양시 덕양을이다. 김 의원이 지역구까지 ‘서울 시내로 통하는 지하철 노선을 끌어왔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공교롭게도 보도자료가 나온 날은 오는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이 정확히 3개월 남은 시점이다.

 

국회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 개발과 관련된 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도 적극 홍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국토부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린 사회간접자본(SOC) 계획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정된 국가 예산으로 각 지역이 원하는 모든 사업을 시행할 수는 없는데, 여러 지역에서 요구한 유사한 사업이 한 곳에서만 시행된다면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김 의원이 선제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국토부는 난감한 모양새다. 철도 사업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할지를 확정하려면 공청회, 관계부처 협의, 철도산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아직 공청회도 치르지 않았고, 확정도 되지 않은 마당에 개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 것이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맞서기가 껄끄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국토부 정책을 감시·비판하고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루뭉술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련 기사가 점점 늘어 파장이 커지자 “사실이 아니다”로 대응을 바꾼 것이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