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 뿌리를 찾아서
우리나라는 왜 대한민국일까 중 일부
- 소설가 김진명 글
도입부 생략
그런데 삼한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대한제국이라고 했다면, 삼한이 거대하고 큰 나라여야 논리에 맞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었던, 나라로 인정해 주지도 않는 작은 씨족 사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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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삼경 중에서도 공자가 으뜸으로 칭하던 <시경>에 이 의미심장한 글자 '한'이 있었다. <시경> [한혁편]의 '한후(韓侯)'가 그것이다.
'후'는 우리 모두가 알듯이 제후, 임금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후'라는 단어는 '한이라는 나라의 임금'이 되는 것이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수많은 학자들 중 이 '한후'가 혹시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왜냐하면 <시경>은 워낙 오래된 중국 책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초의 국가는 은나라지만 역사서에 기록된 최초의 나라는 주나라이다. 거기에 더해 <시경>은 주나라 초기에 나온 책으로 중국 역사의 태동기에 나온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책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라, 고구려, 백제부터를 역사시대로 가르치고 그 이전은 고조선으로 뭉뚱그리고 있다.
그 고조선은 곰에게서 태어난 단군 할아버지가 다스렸다는 식의 전설로 버무려 놓고 있기 때문에 이 까마득한 시절에 등장한 한후가 우리의 조상이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시경>에 나오는 한후의 나라 '한'을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국 칠웅 중 하나인 '한(韓)'이라는 나라로 설명한다. 내가 답변을 들어본 수많은 교수들 역시 한결같이 이 한을 춘추전국시대의 한이라고 답변했다.
한 씨 성(姓)을 쓰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성을 대부분 '나라 한'이라고 대답하는데, 어느 나라 한이냐고 물으면 대개 잘 모르지만 그중 족보에 깊은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한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시경>에 나오는 한후는 중국 주나라 선왕 때 주나라를 방문한다. 이 주나라 선왕은 기원전 827-782년에 존재했던 사람이다.
한편 춘추전국시대의 '한'은 기원전 403년에 건국된 나라이다. 연대를 따져보면 모순은 즉각 드러난다. 모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자와 교수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서 해결되지 않는다. 이 한후라는 사람의 나라 한은 과연 어떤 나라인지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어떤 역사서를 보아도 이 '한'이라는 왕조는 춘추전국시대의 그 한밖에는 없다.
'한'이라는 나라는 있으되
중국의 왕조가 아니라면?
형식논리로 본다면, 그 '한'은 중국의 왕조가 아닌 어떤 다른 민족의 왕조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름이 같은 우리나라 '한'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기록도 없이 그런 주장을 펼칠 수는 없어 나의 염원은 상상 속에서만 머물러야 할 듯싶었다.
그러나 천만뜻밖에도 나는 중국 동한 시대의 왕부라는 대학자가 쓴 <잠부론> '씨성편'에서 어마어마한 기록을 만날 수 있었다.
왕부라는 학자는 중국 한(漢)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자이다. 그의 <잠부론>은 세계의 100대 명저에 꼽히곤 하는데, 그중 '씨성편'은 성씨의 기원을 기록한 책으로 그는 그제까지의 모든 기록을 섭렵해 성씨의 유래를 기록해 두었다.
'씨성편'에서 왕부는 한씨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한후가 언급되고 있다. 그대로 옮기자면 '<시경>에 나오는 한후의 후손은 위만에게 망해서 바다를 건너갔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위만에게 망한 사람은 고조선의 준왕이다. 그리고 한후의 후손이 건너간 바다는 바로 서해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고조선은 일본인들이 짜준 각본처럼 한반도 안에 갇혀 있었던 게 아니라 지금의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위만에게 망한 한후의 후예는 고조선의 준왕이었지만 그로부터 약 800년 전에 존재했던 조상이 조선후가 아니라 한후라는 명칭을 쓴 걸 보면 고조선의 과거 국호가 '한(韓)'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